혼자있고 싶어요

최근 은아와 내가 원하는 것은
거의 동일하지 않나 생각된다.

그저 하루쯤 혼자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은아는 모유 수유를 하는 통에
새벽에 거의 잠을 못자고 있어
하루 혼자 쉬고 싶다는 열망은 하늘을 찌르고

그 덕택에 각종 잡부 역할을 하고 있는
만성피로감에 시달리는
심지어 지방간도 있다는 나도
그냥 하루 그저 누워서 지내고 싶다.

그래도 효원이 하나 있을 때는
그리 힘든건 모르고 지냈는데,

애가 둘이 되니 1+1이 아니라 1+1000은 되는 듯

한놈을 간신히 재워놓으면
한놈이 잠을 깨워놓고
서로 잠을 깨우다 서로 피곤하니
둘다 칭얼대고 보채고 짜증내고

부모인 우리도 상대방에게 성질내고 있고
서로 언성이 높아지면 효원이는 금새
낌새를 알아채고 아양을 떨다

결국은 '아빠가 엄마한테 잘못했어요 하고 뽀뽀해'
이렇게 지 엄마 편을 들고

김종우와 김은아의 인생이 없이
그저 부모의 인생만 있을 뿐이니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아예 애들을 낳지 않았으면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결국 언성이 높아지면
애들에게 미안하고,
은아에게도 미안하고

이렇게 똑같은 자세로
자고 있는 애들을 볼 때면
그저 신기하고
이쁘고 귀엽고

자기 싫어서 잠자기 전
난리를 치며 아양을 떠는
애들과 함께 집에서 깔깔깔
소리가 떠나지 않을 때를 보면

정말 요놈들 없었으면
얼마나 인생이 허망했을까 생각도 들고

여행도 자유자재로 못다니고
집앞에 잠깐 산책을 다녀오는데도
온갖 준비 물품이 많아 큰 일이 되지만
앞으로 2년만 더 있으면
좀 더 수월해질 것이고.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나중에 나이들어 근력 떨어지면
더 힘들텐데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보단
애들이 예쁠 때가 억만번은 많으니

부모의 인생을 잘 살자고
또 다짐한다.

어차피 부모의 인생도
내 인생이고 은아의 인생이고,
내가 바라던 바였고.

건강하고 무탈하게
자라기만 바랄 뿐이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연애할 때
싸웠다고 고민하고,
헤어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이런 고민꺼리들이
정말 너무 하찮게 느껴지듯이

나중에 애들이 좀 더 크고
나도 나이가 더 들면
내 인생이 없니
부모의 인생만 있니 하는
고민꺼리들도

한낱 하찮은 그저 그 나이때 겪는
과정에 불과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난 결과적으로
참으로 행복하다.


[관련 자료 : 아빠를 닮아 카메라를 향해 잘 웃지 못하는 썩소 in the city]

by 은아남편 | 2009/09/19 15:21 | 신방 엿보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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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ONIC at 2009/09/23 00:13
ㅋㅋㅋ
Commented by 응석 at 2009/10/02 18:53
아들, 너무 귀엽다 아 정말...@.@

자기 방 벽에다 대고 CIBAL 이런거 크게 써놓고 흐뭇해 하던 집단 폭력님이
애둘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시간 정말 빠르네요. 괜히 제가 감개가 무량합니다.
집단폭력님도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한번 안오삼 여기?
Commented by 은아남편 at 2009/10/06 12:40
저도요 응님 정말 감개무량하다는 표현이 딱이에연
정말 싱괴포뢰에 놀러가고 싶은데
둘째놈이 좀 크면 갈라 그래연

정말 갔는데 야박하게 굴면 안되연 님
Commented by 은아남편 at 2009/10/06 12:40
마지막줄 안돼연 으로 교체하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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